이야기

추석의 이모 삼촌들을 위하여

져주지 않아도 좋아요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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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조카가 좀 어렸을 때의 추석이 기억납니다.

 

노는 것을 좋아하던 조카는 이기는 것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사실, 지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세상에 있긴 할까요. 

 

아무튼 그러한 승부욕을 생각해 보자면 이기는 것 자체만으로 물론 기쁘겠지만, ‘나보다 나이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어른을 이기는 기쁨’이란 더욱 커다랄 겁니다.

 

 

 

제 조카와 <모두의 마블>을 같이 했던 그해 추석, 조카의 목표는 "삼촌을 파산 내자"였습니다. 

 

<모두의 마블>은 어린이와 같이 명절에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주사위의 운은 나이나 경험의 차이를 대폭 좁혀 주거든요. 

 

딱히 봐줄 것도 없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고, 저보다 주사위 운이 좋았던 조카는 삼촌을 파산 낸다는 목표를 달성해서 기뻐했습니다. "내가 이길 때까지 계속할 거야!"를 외치던 그 명절의 목표도 달성된 셈이었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어우러지기 좋은 걸로 보드게임만 한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떤 게임들은 어린이와 같이 할 때 실력 조절이 쉽지가 않습니다. 

 

지는 걸 싫어하는 어린이를 무턱대고 이기기도 그렇고, 어른이 일부러 져주는 게 티가 나면 자기가 지는 것보다 더 속상해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죠. 

 

명절을 맞아 어른이 어린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만 해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끝까지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되면 좋을 겁니다. 

 

그래서, 어린이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어른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같이 웃으며 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을 몇 가지 권해 드립니다. 

 

그 어린이가 좀 더 자라나 보드게임으로 대등하게 실력을 겨룰 무렵이 될 때면 외려 다른 것을 좋아하게 될지도, 혹은 친구 만나러 나간다며 얼굴 한 번 못 볼지도 모릅니다. 

 

“그 옛날에 이모 삼촌만 오면 놀아 달라던 우리 조카는 어디 갔니?” 하는 묘한 감정을 느끼는 날이 온다면, 이번 추석에 함께 즐긴 게임이 애틋한 추억이 되어줄 겁니다.

 

 

 

 

추천 PICK!

온 가족 모두 모두 즐겁게

 

너 한 번 나 한 번으로 똑같이 :
라쿠카라차

○ 차례를 번갈아 가지기에,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지 않는 게임

○ 매번 새로운 길 만들기로

질리지 않는 재미 

 

 

 

 

해 보면 보기보다 어려울껄? :
햄버거 타이쿤

○ 실제로 해 보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똑같이 쉽지 않아 공평한 게임

○ 실패가 웃음을 낳고, 성공이 환호를 낳는

도전적인 즐거움

 

 

 

 

넉넉한 한가위, 넉넉한 웃음 :
텔레스트레이션

○ 그림을 못 그려서 오해가 쌓일수록

집 안을 가득 채우는 웃음

○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승패 생각이 안 나게 즐거운 게임

 

 

 

 

어쩌면 아이들이 더 잘할지도? :
모자가 아니잖아

○ 방금 본 카드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묘미

○ 기억력 게임은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잘할지도?

 

 

 

 

주사위는 공평해요 :
모두의 마블

○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 게임

○ 게임을 하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마법

 

 

 

 

특별한 추천 PICK!
어른들끼리도 즐거워 봅시다!

 

예측할 수 없는 경기에 엇갈리는 희비 :
레디 셋 벳 

○ 실시간 경주, 짜릿한 베팅의 묘미를

게임으로 즐겨보자

○ 게임 실력보다 눈치 실력이 중요

 

 

 

 

운과 승부수의 조화로운 즐거움 :
라스베가스

○ 규칙은 간단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훌륭한 게임의 정석

○ 흐름을 읽는 눈치와 주사위 운이

절묘하게 섞인 게임

 

 

 

 

게임엔 소질이 없다고요?
이 게임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
갈팡질팡

○ 대단한 게임 실력이나

경험이 필요치 않은 게임

○ “어떤 맥락으로 저 단어를 골랐을까?”

상상하는 즐거움

 

 

글을 끝내며…

 

올해 추석 연휴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던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추석이 기대되는가”의 질문에 대해 “기대된다”라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은 37.4%로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되는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첫째가 “길게 쉴 수 있어서 (54.7%)”이고, 둘째가 “따로 거주중인 부모/자녀, 친척과 만날 수 있어서 (45.0%)”였습니다.

 

“추석이 기대되지 않는다”라고 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족이 모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꽤 많을 겁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그 소중한 순간을 응원하며, 다른 건 몰라도 우리네 가족들의 마음만은 올해도 넉넉한 한가위가 되길 기원합니다.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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