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멘사 마인드 게임즈

미국 멘사 회원들이 모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멘사 마인드 게임즈에 대하여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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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멘사 Mensa는 라틴어로 탁자를 뜻하는 단어다. 라틴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멘사란 단어만은 어딘가에서 들어본 느낌이 들 것이다. 만약 당신이 멘사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멘사란 이름의 한 국제 단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멘사는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통해 일반 인구의 상위 2%에 드는 사람에게만 회원 가입 자격을 부여하는 단체다.
 

멘사의 설립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영국의 변호사이자 국립의료연구소에서 일하던 랜스 웨어 박사와 호주의 변호사 롤랜드 버릴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랜스 웨어 박사가 오랫동안 숙원으로 삼아왔던 한 단체의 창설이었다. 랜스 웨어 박사는 지능검사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능이 높은 사람들끼리 모여 교류하면 인류에게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이 단체 창설의 지지자들을 모았다. 그러던 1946년 10월 1일 롤랜드 버릴이 처음으로 멘사와 관련된 문헌을 출간하면서 멘사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날은 이후 멘사의 창립기념일로 정해졌다.
 
멘사는 헌장에 단체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인류를 위한 인지의 증명과 육성
• 지성의 본질, 특성 및 이용에 관한 연구 장려
• 회원에게 지적•사회적 자극 환경 제공
 
앞서도 언급했듯이 멘사의 회원 가입 조건은 높은 지능지수다. 국제고문심리학자가 승인하는 지능 검사를 통해 상위 2%인 결과를 받은 사람만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 조건만 달성하면 정치•종교•인종 등 여타 다른 구분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현재 100여 국에서 13만 4천여 명이 멘사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에서도 1996년에 한국 멘사가 공식 출범한 이래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

멘사에서 하는 여러 활동 중 보드게임 팬들이 관심을 갖는 활동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매년 4월 중에 발표되는 멘사 마인드 게임즈란 상이다. 이는 미국 멘사에서 선정하여 시상하는 것으로, 보통 멘사 셀렉트란 별칭으로 많이 불린다. 이는 멘사가 선정한 게임이란 뜻으로 상을 받은 게임은 ‘멘사 셀렉트 인장’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인장으로 인해 이 상의 공식 명칭이 멘사 셀렉트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일종의 별칭으로 굳어졌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는 1990년에 처음 게임 5개를 선정해 시상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5개씩의 게임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에서는 일반적인 보드게임, 카드게임을 비롯해 탁자 위에서 진행하는 각종 게임을 시상 대상으로 하며, 이미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판된 것들만을 후보작으로 삼는다. 불완전하거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은 물론이고, 비디오 게임이나 게임 준비와 진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은 후보작으로 삼지 않는다. 비디오 게임이야 애초에 다른 영역이므로 제외한다고 해도 오래 걸리는 게임이 왜 빠지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멘사 마인드 게임즈의 심사 위원들이 게임을 평가하는 방법 때문이다. 미국 멘사 회원 중 이 행사에 대한 자원자 30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매년 지난 선정 시점 이후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된 게임들을 후보로 해 이들을 비평하며, 이 중 5개의 게임을 선정하기 위해 40시간에 걸친 ‘게임 심사 마라톤’을 벌인다. 3일 동안 40시간에 걸쳐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해보는 것이다. 이 심사 마라톤 기간 동안 심사 위원은 게임을 하고 음식을 섭취하며 잠을 자는 것 이외엔 할 수 없는,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낸다. 심사에 있어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긴 게임은 이 방식을 통해 심사하기에 곤란할 것이다.
 
심사 위원은 미국 멘사 회원에 한정되지만, 심사 위원은 자신과 함께 게임 심사 마라톤에 참가할 게스트를 데려갈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인 심사 위원은 현장에 부모나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므로 이들을 게스트로 지정해 함께 참가하게 된다. 심사 위원은 최대 30종의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으며, 게임이 끝날 때마다 각 게임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점수를 매긴 평가서를 작성한다. 심사 위원은 평가서에 게임의 미학적 가치(겉모습, 미학적 느낌, 스타일), 독창성(게임의 구조, 컨셉트, 창의성), 게임의 가치(다시 하고 싶은 정도, 게임에 걸리는 시간, 가격), 만족도(재미, 흥겨운 정도, 도전적인 수준), 게임 규칙(간결성, 명확성, 완성도)이란 다섯 가지 범주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멘사 셀렉트 인장
 
심사 위원들의 평가를 모두 취합한 다음, 총점이 가장 높은 게임 5개가 바로 그해의 멘사 마인드 게임즈로 선정된다. 심사가 끝나고 나면, 심사 대상이 됐던 게임의 제작사에게 평가자의 성별/연령과 함께 게임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포함한 평가서가 전달된다. 그리고, 멘사 마인드 게임즈로 선정된 게임에는 반짝이는 포일로 된 멘사 셀렉트 인장 500장이 함께 수여된다. 멘사 셀렉트 인장은 게임 상자에 붙이는 용도로, 이 게임이 멘사 마인드 게임즈로 선정됐음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가 긴 세월 동안 이 상의 권위를 쌓아오면서 이 인장의 의미 역시 커졌다. 이제 멘사 셀렉트 인장은 소비자가 게임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으며, 몇몇 미국의 유통 업체들이 멘사 마인드 게임즈를 수상한 게임들로 특별한 코너를 마련하게 만들었다.
 
멘사가 선호하는 게임의 종류
역대 멘사 마인드 게임즈 수상작을 살펴보면 다른 보드게임 상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은 추상 전략 게임에 대한 선호이다. 1990년 <아발론>을 시작으로 해서, 특별한 테마 없이 논리적 게임 구조를 가진 추상 전략 게임들이 매년 꼭 하나 이상 끼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른 보드게임 상에서보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에는 유독 이런 추상 전략 게임들이 상을 받는 빈도가 높다. 이 추상 전략 게임에 대한 사랑은 2014년까지 이어졌는데,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추상 전략 게임이 반드시 하나 이상 수상작이 되었다. 2015년 멘사 마인드 게임즈가 발표됐을 때 수상작 중 추상 전략 게임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변으로 느껴졌을 정도다.
 
그와 반대로 멘사 마인드 게임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게임들도 있다. 전략적인 사고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운적인 요소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는 게임이나, 사고 능력이 아닌 신체를 활용한 순발력이나 손재주 등을 활용한 게임, 그리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게임은 수상 목록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에 상의 이름에 ‘사고 능력’을 뜻하는 마인드(mind)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사고 능력을 비롯한 두뇌 활동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게임에 집중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2018년 멘사 마인드 게임즈

이 글이 작성되던 시점인 2018년도 멘사 마인드 게임즈 수상작들
 
2018년 4월 22일에도 새로운 멘사 마인드 게임즈 수상작이 발표됐다(편집자 주: 이 글이 작성된 시점입니다). 플랜 B 게임즈의 <아줄>, 엑스트로너트 엔터프라이지즈의 <콘스텔레이션스>, 레니게이드 게임 스튜디오의 <엑스 리브리스>, 블루 오렌지 게임즈의 <광합성>, 레니게이드게임 스튜디오의 <북해의 침략자>가 바로 2018년에 새롭게 멘사가 선정한 게임들이다.
 
<북해의 침략자>는 이미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이 게임은 보드게임계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뉴질랜드의 가필게임즈에서 2015년에 처음 출판했는데, 2016년 말에 독일에서 쉬버크라프트 페얼락을 통해 독일어판이 출시되고 이듬해인 2017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숙련자 게임 부문에 최종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같은 해 레니게이드 게임 스튜디오를 통해 미국에 정식 출시되었고, 결국 올해 멘사 마인드 게임즈라는 쾌거를 이뤘다.
 
<광합성>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자라나는 나무들 간의 성장 경쟁을 나타낸 게임이다.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드게임 긱에서 시상하는 골든 긱 상에서 최고의 아트웍 부문을 수상한 게임으로, 다양한 종류의 나무 모양으로 만들어진 게임말들이 늘어서며 만들어내는 숲 광경이 아름답다.
 
<엑스 리브리스>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최고의 사서가 되기 위해, 조수를 파견해 희귀하고 가치 있는 서적을 수집하고, 검사관이 도착하기 전에 소장하고 있는 책을 제목 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수상작 중 숙련자 게임에 속한다.
 
<콘스텔레이션스>는 플레이어가 별과 별자리에 대해 배우고, 밤하늘을 완성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카드 기반의 다인용 퍼즐 게임이다.
 
이번 수상작 중 가장 큰 화제작으로 떠오른 게임은 단연 <아줄>이다. 2017년 10월 <에센 슈필>에서 데뷔한지 겨우 반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무수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보드게임 전문 리뷰 사이트인 카드보드 리퍼블릭에서 시상하는 2017년 카드보드 리퍼블릭 아키텍트 로렐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드게임긱에서 시상하는 골든 긱 상에서 최고의 가족용 보드게임 부문 수상, 최고의 전략 보드게임 부문 최종 후보작, 올해의 게임 부문 최종 후보작, 최고의 아트웍 부문 최종 후보작, 가장 혁신적인 보드게임 부문 후보작에 오르며, 골든 긱에서만 총 5부문에 최종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리고 그중 한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8 프랑스 칸 국제 게임 페스티벌에서는 황금 에이스 올해의 게임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거기에 이번 멘사마인드 게임즈 역시 수상하면서, 새로운 명작이 탄생했음을 증명했다. <아줄>은 아줄레주에 영감을 얻고 만들어진 게임이긴 하지만, 특정한 테마를 따라가지 않는 추상전략게임이다. 게임은 탁자 중앙에 배치된 진열대나 바닥에서 타일을 가져오고, 가져온 타일을 보관대에 놓은 다음, 보관대에 놓인 타일을 이용해 벽면 꾸미기를 진행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벽면을 꾸밀 때마다 상황에 따라 점수를 얻고, 게임이 끝날 때 특정 조건을 완성하면 그에 따른 보너스 점수를 얻는다. 타일을 가져올 때 타일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오면 감점되며, 지나치게 적게 가져오면 벽면을 완성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낭비하게 되므로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타일을 가져올 때는 물론 가져온 타일을 보관대에 놓을 때에도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게임 규칙이 쉽고 직관적이어서 매우 쉽게 익힐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폭넓은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기에 완전히 터득하기에는 쉽지 않은 깊이가 있는 게임이다.
 
마인드 게임상

 
미국 멘사에서 주관하는 멘사 마인드 게임즈와 별개로 보드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독일에도 독일 멘사가 주관하는 보드게임 상이있다. 바로 마인드 게임상(MinD Spielepreis)이다. 이쪽은 멘사 마인드 게임즈가 설립된 지 20년 후인 2010년부터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가 미국 멘사회원들이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인드 게임상은 독일 멘사 회원들의 모임을 통해 수상작을 선정하며, 매년 2월에 발표한다. 발표시기가 2월인지라 기본적으로는 전년도 게임을 선정 대상으로 삼는 편이다. 멘사 마인드 게임즈가 게임 5개를 선정하는 것과 달리 마인드 게임상은 애초에 게임 하나만을 선정해왔는데, 2015년부터는 짧은 게임 부문과 복잡한 게임 부문 둘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미국과는 보드게임 시장 상황이 판이하기에 게이머 게임을 위한 복잡한 게임 부문과 가족 게임을 위한 짧은 게임 부문 둘로 나눴다고 볼 수 있다.
 
마인드 게임상의 첫 번째 수상작은 <인지니어스>인데, <인지니어스>는 미국 멘사에서 시상하는 멘사 마인드 게임즈를 2005년에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현재까지 미국 멘사와 독일 멘사 모두로부터 상을 받은 유일한 게임은 <인지니어스>뿐이다. 하지만 <아줄>이 2019년 마인드 게임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인지니어스>에 이어 <아줄>이 미국과 독일 멘사 모두로부터 상을 받은 두 번째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편집자 주: 이 글이 작성된 후에 <아줄>은 마인드 게임상을 수상했다). 9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잉카 브란트와 마르쿠스 브란트 부부가 무려 3번이나 상을 탔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코스모스의 <워드 슬램>, 쉬버크라프트 페얼락의 <테라포밍 마스>가 수상했는데, 이중 <워드 슬램> 역시 브란트 부부가 만든 게임이다. 한편 아미고를 통해 독일에 출시된 코리아보드게임즈의 <파라오코드>가 2015년 짧은 게임 부문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지니어스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멘사와 독일 멘사 모두에게 선택받은 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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