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독일 올해의 게임상의 역대 주요 수상작

201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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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이 발표된 것을 기념하여, 보드게임지 2017년 6월호에 실렸던 기사를 다시 가져왔다. 그 사이에 <도미니언>, <7원더스>, <카멜업>은 2판이 만들어지며 그 모습을 바꾸기도 했지만, 이들의 역사적 의의는 여전하다.
 
1979년 올해의 게임상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의 매년 올해의 게임이 선정됐다. 지금까지의 역대 주요 수상작을 살펴보면 197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에 이르는 현대 보드게임의 발전사를 엿볼 수 있다. 수상 시기별 대표작을 하나씩 살펴보자.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매년 새로운 게임이 발표되고 그중 많은 것이 이전에 나왔던 것을 개선하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란 항상 매력적인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에 즐기던 게임이 새로운 게임에 밀려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일 지도 모른다. 올해의 게임상 첫 번째 수상작인 <토끼와 두더지>만 하더라도 발매 후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여러 차례 단종과 복간을 반복해 왔다. 세월의 흐름에 밀려 단종됐다가, 게임이 가지고 있던 매력이 재조명되어 다시 시장으로 복귀했던 것이다. 다른 80년대 수상작 중 많은 게임이 새로운 게임의 물결에 밀려 단종된 후에 다시 나오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나은 처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2회차인 1980년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인 <루미큐브>는 단 한 번의 단종 없이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유지되며 보드게임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파묻히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예외적인 존재도 있음을 보여준다.
 
<루미큐브>는 마작, 도미노, 러미 등의 고전 게임에서 각기 특징적인 부분을 취합하여 계승 발전시킨 게임이다. 처음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타일 14개씩을 가져오고, 차례마다 타일 1개를 추가로 가져오거나 가지고 있는 타일을 내려놓는 식으로 진행한다. 타일을 내려놓으려면 같은 색이면서 연속되는 숫자가 되는 조합을 만들거나, 같은 숫자이면서 각기 다른 색인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단, 처음 내려놓는 타일 조합은 타일의 수와 상관없이 숫자 총합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붙는다. 하지만 이렇게 타일을 내려놓고 난 다음에는 이미 바닥에 놓인 타일의 조합에 추가로 타일을 내려놓거나, 분해 후 재조립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초반에는 각자 타일 1개씩을 가져가고 자기 차례를 마치는 차분한 분위기이다가, 각자 자기 타일을 내려놓은 다음에는 자기 차례에 가능한 한 많은 타일을 내려놓으려는 시도의 영향으로 바닥에 놓인 타일 조합이 걸핏하면 분해 후 재조립되는 역동적인 상태로 바뀐다.
 
<루미큐브>의 주요 게임 구성물은 1부터 13까지의 숫자와 4가지 색깔로 이뤄진 플라스틱 타일이다. 얼핏 생각하면 플레잉 카드 두 벌로 대체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타일 자체의 매력과 그 장점을 체감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타일 조합이 바닥에 놓여야 하고, 수시로 이들 조합을 바꿔야 하는 게임의 성격상 플라스틱 타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카드는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리고 카드는 그 크기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바람에 휩쓸리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루미큐브>의 개발자 에프라임 헤르자노는 단지 게임을 더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타일을 사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루미큐브>를 개발하던 1940년대 그가 살던 루마니아(후에 이스라엘로 이주)에서는 카드 게임을 금지했는데, 처음에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타일을 선택했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플라스틱 타일로 게임을 하는 게 훨씬 나은 수준이 되게 만든 것이다. <루미큐브>는 게임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지만, 잘 설계된 게임 구성물이 게임 그 자체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올해의 게임상 최초 수상작인 <토끼와 두더지>는 독일에서 발매되긴 했지만 작가는 영국인이었으며, 사실 영국에서 더 먼저 발매됐었던 게임이다. 두 번째 수상작인 <루미큐브> 역시 독일 게임이 아니라, 최초에는 루마니아에서 만들어졌다. 올해의 게임상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의 독일은 보드게임 종주국이라기보다는 중심지에 인접한 변방에 가까웠다. 전 세계인이 독일 보드게임을 주목하게 된 것은 <카탄>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일이다.
 
1995년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인 <카탄>은 여느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독일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카탄>의 진정한 성공담은 이 시점 이후부터가 시작이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보드게임 시장이 침체일로에 있었다. 1991년에는 중견 보드게임 퍼블리셔이던 파커 브라더스가, 1994년에는 밀튼 브레들리가 하스브로에 합병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전쟁 게임과 철도 회사 경영 게임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던 미국의 퍼블리셔 메이페어 게임즈에서는 주력 제품군인 전쟁 게임과 철도 회사 경영 게임의 판매 감소로 이를 대체할 제품군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그때 주목한 것이 독일 보드게임으로, 이때 선택한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카탄>이었다. 1996년에 미국에 상륙한 <카탄>은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성공을 거둔다. 이때 메이페어의 직원이던 제이 터멀슨은 독일 보드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확인하고, 독일 게임의 영어판을 만드는 것만을 전문으로 하는 리오 그란데 게임즈를 설립했다. 독일어보다 훨씬 많은 사용 인구를 가진 영어로 번역된 독일 보드게임은 낮아진 언어 장벽으로 인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보드게임은 비디오 게임이 대체 할 수 없는 영역을 개발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메이페어가 선택한 독일 게임이 <카탄>이 아닌 다른 게임이었어도 이런 역사적인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시 메이페어가 선택했던 게임은 <카탄>, <맨하탄>, <모던 아트>인데, 이중 현재까지 단종 없이 꾸준히 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카탄>이 유일하다는 점을 보면, <카탄>이 아니었다면 역사적인 흐름은 아마 지금과 같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카탄>은 이제 막 정착이 시작된 섬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자기 마을에 인접한 타일에서 자원을 얻고, 얻은 자원을 이용해 도로와 마을을 건설하고, 마을을 도시로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자원은 없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잉여 자원이 없다면, 이런 잉여 자원을 가지고 다른 플레이어와 교역할 수 있다. 게임 구조상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자원을 풍족하게 얻을 수 없게 만들어진 관계로 서로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이 다른 상황이 자주 발생하여, 자연스럽게 교역이 이뤄진다. 게임 내에서 생산되는 자원은 주사위 값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생산된다. 주사위 값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자원의 시세는 게임 중에도 계속해서 바뀌므로 이런 흐름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다. <카탄>에서 이기려면 전략적인 사고와 협상 능력, 경제적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주사위 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전략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운적인 요소가 적절히 혼합되어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 간에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올해의 게임상에서 가장 큰 변화는 특별상 형식으로 간간이 시상하던 어린이 게임 부문이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Kinderspiel des Jahres)으로 상시적인 시상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과 독일 이외 지역의 퍼블리셔들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어린이 게임은 보통 만 6세 정도의 미취학 어린이를 경계로 하여 대상 연령이 ‘만 6세 이상’인 게임까지를 가리킨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어린이 게임 부문을 별도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1995년과 1999년을 제외하면 항상 어린이 게임이 특별상으로 선정되어 시상됐었다. 그런데 2001년부터 독립적인 시상으로 분리하며 어린이 게임만을 다루는 별도의 심사위원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게임은 그 특성상 매우 좁은 시장을 목표로 삼는다. 만 3세에서 만 8세의 어린이가 인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개 7% 전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플레이어의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가족용 게임에 비해 얼마나 한정된 시장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독립적인 시상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종류의 어린이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 게임 부문이 별도로 시상하게 된 지 두 번째 해인 2002년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을 수상한 것은 바로 셀렉타의 <무당벌레 가장무도회>다. 그리고 셀렉타는 이듬해인 2003년에 <생쥐 만세>로 다시 한번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을 수상하며 이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했는데, 2016년에 이르기까지 이런 기록을 달성한 다른 업체는 아직 단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이 상이 설립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 셀렉타는 전문 분야인 목재 완구에 전념하기로 하고 2015년에 자신들의 게임 라인업을 정리하여 페가수스에 매각해, 앞으로는 새로운 셀렉타의 어린이 게임을 만나 볼 수 없게 됐다.
 
<무당벌레 가장무도회>는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 같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협력 게임이다. 무도회장을 망치려는 개미들이 몰려오기 전에 무당벌레들 모두가 몸치장을 완료해야 한다. 차례마다 룰렛을 돌려 나온 색깔의 무당벌레를 움직여 다른 무당벌레와 만나게 한다. 이렇게 만난 무당벌레가 서로 호감을 표시하며 찰싹 달라붙으면 서로 가지고 있는 색깔 마커를 하나씩 교환하고, 서로 호감을 느끼지 않는 무당벌레끼리는 등을 돌린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플레이어들은 어떤 색깔의 무당벌레가 서로 호감을 표시했는지를 잘 기억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일이 줄어든다. 서로 다른 색깔 마커를 모은 무당벌레가 몸치장을 완료한 것으로, 이런 무당벌레는 바로 무도회장으로 떠난다. 무당벌레가 서로에 대해 호감을 표시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석을 이용해 가능한 것이다. 자석의 원리를 알고 있는 성인이라 하더라도, 무당벌레 두 마리를 만나게 했을 때의 감정 표현을 보면 왠지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연출돼 있다. 하물며 이 원리를 아직 깨우치지 못한 어린이에게는 얼마나 흥미로운 장면일까?
 

 

 

 

<도미니언>이 2009년 올해의 게임상을 받은 것은 새로운 시대가 밝았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도미니언>을 개발한 회사는 앞서 언급했듯이 <카탄>과 독일 보드게임의 영향으로 설립된 미국의 퍼블리셔 리오 그란데였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독일 보드게임의 영어판을 내는 것을 전문으로 하던 퍼블리셔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을 가지고 독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도미니언>의 성공 이후 리오 그란데는 독일 게임의 영문판을 내는 것이 아닌 자체 개발한 게임을 출판하는 것으로 회사의 노선을 변경하기에 이른다.
 
<도미니언>은 리오 그란데가 전문 개발 업체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인 것 외에도 덱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게임이 될 수 있음을 보인 첫 번째 게임이다. 그 전까지의 덱 만드는 행위는 컬렉터블 카드 게임에서 게임을 하기 전에 수행하는 행위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도미니언>은 그 과정 자체를 게임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였으며, <도미니언> 이후 수많은 덱 구축 게임이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도미니언>은 처음에 각자 기본 카드 덱을 가지고 시작하며, 자기 차례에는 손에 든 카드 중 행동 카드를 내서 그 효과를 발휘하고, 그런 다음 손에 든 카드 중 돈 카드를 내서 중앙에 있는 카드 풀에서 카드를 사고, 손에 든 나머지 카드를 버리고 손에 든 카드를 5장으로 다시 채우는 3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어떤 카드를 사서 덱에 추가하느냐에 따라 행동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바뀌고, 구매 단계에서 살 수 있는 카드의 범위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플레이어마다 서로 같은 카드로 이뤄졌던 덱이 플레이어의 게임 진행 양상에 따라 바뀌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게임이 끝났을 때 누구의 덱이 더 높은 점수로 이뤄졌는가를 겨룬다.
 

 

 

 

 


 

2010년대에도 역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그 중 하나는 숙련자 게임 부문인 올해의 숙련자 게임(Kennerspiel Des Jahres) 부문이 새로 설립됐다는 것이다. 2006년 <케일러스>, 2008년 <아그리콜라>처럼 올해의 게임상을 주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지만 게임사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게임에 특별상 형식으로 시상하던 것을 2011년부터는 별도의 시상 영역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다만 어린이 게임 부문처럼 별도의 심사위원진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원래 올해의 게임 부문의 심사위원이 숙련자 게임 부문의 심사도 겸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7원더스>는 그런 새로운 변화를 연 게임으로, 정규 시상으로 바뀐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의 첫 번째 수상작이다. 후보작으로 오른 것을 제외하고 수상한 상만 23개인 <7원더스>에게는 올해의 숙련자 게임상도 여러 트로피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7원더스>는 카드 드래프트를 주요 게임 시스템으로 삼고 있다. 여러 장의 카드 중에 원하는 카드 1장을 뽑고, 남은 카드를 옆 사람에게 넘겨 준 다음, 새로 넘겨받은 카드 중에 다시 카드 1장을 뽑고 또 남은 카드를 넘겨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에 여러 카드 중 하나를 고를 뿐이지만 이렇게 선택한 카드는 플레이어 문명의 토대가 되는 건물이 되기도 하고, 불가사의를 건설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하며, 돈이 되기도 한다. 건물을 하나 둘 건설하다 보면, 이를 통해 특정 분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건물 간에 콤보라고 부를 수 있는 조합이 생겨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누구는 군사력이 강하고, 누구는 과학이 발달하는 식으로 플레이어 문명의 특성과 개성이 발현된다. 제목과도 같은 7대 불가사의를 건설하면 그에 따른 고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건물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런 모든 일이 단순하게 차례마다 카드 1장을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전까지의 문명 구축 게임이 수 시간에 걸쳐 진행된 것과 달리 <7원더스>는 채 1시간이 안 되는 시간에 게임이 마무리된다.
 

 

 

 

 

 

 
이 시기에 관찰되는 또 다른 점은 독일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의 역량 증대로 인해, 원래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의 영역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시점으로 <카멜업>을 꼽을 수 있다. <카멜업>의 퍼블리셔인 에거트슈필레는 골수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이자 게임 개발자인 페터 에거트가 자신이 만든 게임을 출판하기 위해 만들었던 회사로, <쿠바>,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등 보드게임에 숙련된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숙련자 게임이 전문 분야인 퍼블리셔다.
 
그런데 2014년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카멜업>은 애당초 에거트슈필레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던 가족 게임 성격의 전략 게임이다. 에거트 슈필레가 가족 게임을 만들기로 하고 그 첫 번째 게임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골수 게이머로서의 안목과 개발 역량을 과시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영역을 가족 게임 부문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마찬가지로 게이머 게임과 가족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한스 임 글뤽이 <석기시대 주니어>로 2016년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을 수상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질새라 에거트슈필레에서도 어린이 게임의 개발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들의 영역 확장이 어디까지인지를 보는 것도 새로운 흥미거리다.
 
<카멜업>은 낙타 경주를 다룬 게임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낙타 경주는 낙타가 서식하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물론이고, 호주, 몽골과 같은 곳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종목이라고 한다. 경마와 비슷하게 참관자들이 어느 낙타가 이길지 베팅하는 식이다. <카멜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게임이 진행된다. 완주했을 때의 성적만을 놓고 베팅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각 구간마다 성적에 대해서도 베팅한다.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경주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해 베팅하거나, 주사위 결과에 따라 낙타를 움직이거나를 하게 된다. 낙타 위에 낙타가 올라갈 수 있고, 낙타가 움직일 때 그 위에 있는 낙타도 같이 움직이고, 주사위의 숫자도 1부터 3까지 밖에 없기에 아웅다웅 몰려다니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무작위로 주사위를 배출시키는 피라미드 모양의 주사위 배출 장치는 주사위가 딱 1개만 나올 수 있게 잘 만들어졌다. 주사위의 범위가 한정적이기에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 확률을 계산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물론 확률은 확률일 뿐이고, 실제 나온 숫자는 기대와는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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