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도적단의 월급날

사이좋게 '반씩' 나눈다고요? 그럴리가요

2024-06-13
685

 

만 9세 이상 | 2~4명 | 15~30분

 

 

"공정하지만 나에게 유리하게 보물을 나누려면?"

 

 

하나의 케이크가 있다. 이를 공정하게 나누어 가질 방법은 무엇인가?

 

‘케이크 나누기’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서 깊은 논리 퍼즐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논리학자, 수학자들이 이에 영감을 받아 가장 공정한 방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깊은 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나눠 먹을 사람이 딱 2명일 경우의 답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다. 한 명이 나누고, 다른 한 명이 고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누는 쪽은 자신이 나중에 고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쪽을 가져도 불만이 없도록 나누게 되고, 고르는 쪽은 둘 중 자신이 원하는 쪽을 고르기 때문에 역시 불만이 생길 수 없게 된다.

 

수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부러움 없는 분배(Envy-free division)’라 부른다.

 

 

한 달 동안 모은 다양한 보물들을 분배할 월급날이 돌아왔다.

 

 

‘케이크 나누기’는 보드게임에서도 흥미로운 게임 시스템 중 하나로 여러 번 다루어진 바 있었다. 하지만, ‘부러움 없는 분배’가 정확하게 작동한다면, 협력 게임이 아닌 이상 게임으로서 성립하기 어렵다.

 

게임은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서로 공정하게 나누어 가졌는데, 어떻게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게임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이 사람들이 찾은 방법 중 하나는 정보의 차등을 두는 것이다.

 

케이크를 나누는데 한쪽에는 초콜릿이 들어있고 한쪽에는 겨자가 들어있다고 하자. 그러나 고르는 쪽에서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볼 수 없다면, 서로 어떻게 상대방을 속여 ‘더 많은 몫’ 혹은 ‘더 좋은 몫’을 차지할 것인가를 겨루는 ‘게임’이 성립한다.

 

⟨도적단의 월급날⟩은 바로 이 ‘케이크 나누기’와 ‘정보의 차등’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을 나타낼 도적단 간부들

 

 

⟨도적단의 월급날⟩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 도적단의 간부이다. 그리고, 한 달간 열심히 도적질하며 얻은 결과물인 보물을 분배하는 월급날이 찾아온 것이다.

 

간부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있고, 각 팀마다 공정하게 분배하려는 것이 게임의 배경이자 목표다.

 

한 팀이 보물 카드 5장을 뽑은 후, 이를 두 더미로 나누면, 다른 팀이 나뉜 두 더미 중 하나를 골라서 가져가고, 남은 것을 나눴던 팀이 가져간다. 그리고, 각자 가져간 카드로 세트를 만들어 코인을 얻는다.

 

그런 다음, 한 팀이 코인 30개를 모을 때까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게임이 진행된다. 물론 코인 30개를 먼저 모은 팀이 승리한다.

 

 

보물 카드 5장을 2장짜리 묶음과 3장짜리 묶음으로 나눴다. 뒤집혀 놓은 저 보물이 무엇인가에 따라 어느 쪽의 가치가 더 높은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이렇게 보면 말 그대로 ‘공정’한 게임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카드를 나눌 때, 나누는 팀은 카드 5장 중 하나를 뒷면으로 뒤집어 놓는다는 것이다. 고르는 팀은 5장 중 하나를 못 본 상태에서 카드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고르는 팀에서는 뒤집힌 카드가 정말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에 숨겨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함정인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숨겨진 정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보물 카드 중에는 상대방이 카드를 훔치게 하거나, 저주로 인해 코인을 내게 만드는 함정 카드들도 수두룩하다. 나누는 팀에서도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속일 수 있을지 잘 고민해야 한다.

 

이 한 장의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게임을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게 만든다.

 

 

각 팀의 간부를 도울 도우미들

 

 

또한, 4명의 간부와 게임 시작 시에 각 팀에 2장씩 주어지는 도우미 카드에는 특수 능력이 담겨있다.

 

이 특수 능력은 카드를 바꾸거나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코인을 얻게 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까다로운 조건을 달성하면 즉시 게임에 승리하는 카드도 있기에 게임의 양상을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의 특수 능력은 보통 특정한 보물 카드를 모았을 때 발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특수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 특정 보물 카드를 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전략을 알아내거나 방해하는 식의 심리전도 가능하다.

 

이들 특수 능력은 여러모로 게임의 재미를 늘려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상자 속에 쏙 들어가는 구성

 

 

⟨도적단의 월급날⟩은 2023년 일본의 도쿄 게임 마켓에서 ⟨기브 미 더 트레저 Give Me The Treasure⟩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매된 게임이다.

 

출판사 스사비 게임즈는 일본의 작은 게임 스튜디오지만, 일본에서 성공적인 게임들을 연달아 발매하며, 게임 마켓이 열릴 때마다 주목받는 업체 중 하나이다.

 

⟨기브 미 더 트레져⟩가 출시된 2023년 봄 게임 마켓에서도 상당한 인기 속에 빠르게 매진되었고, 구매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극찬하며 게임의 재미를 증명했다.

 

⟨도적단의 월급날⟩은 ⟨기브 미 더 트레저⟩를 바탕으로 하여, 원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림과 규칙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휴대성을 개선하고 가격을 크게 낮춰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2024년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에서 선보이며 세계 보드게임 업체들의 관심을 받아, 이미 많은 국가의 업체들과 수출 계약을 맺어 각 나라의 언어 판본이 준비 중이기도 하다.


⟨도적단의 월급날⟩은 오래된 논리 퍼즐인 ‘케이크 나누기’의 요소를 기반으로, 숨겨진 정보와 여러 가지 특수 능력들의 조합으로 두 팀간의 절묘한 줄다리기를 훌륭하게 구현한 게임이다.

 

상호간의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게임이다.

 

자, 이제 ‘공정’하지만 나에게 유리하게 보물을 나눠보자.

 

 

 

 

 

 

글 오세권

    댓글 (총 0 건)

    12

    /

    30